생활의 발견

에어팟 4세대를 공짜로 받은 뒤 유선이어폰과 꼬다리 DAC의 숲을 헤매다 결국 2025년에 LG G8을 구입하게 된 사연

onnasonbeats 2025. 2. 1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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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4세대를 공짜로 받은 뒤 유선이어폰과 꼬다리 DAC의 숲을 헤매다 결국 2025년에 LG G8을 구입하게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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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교육 할인 스토어에서 맥북을 구입하니까 신학기 프로모션이라고 에어팟 4세대 노이즈캔슬링 모델을 공짜로 줬다. 줄곧 1세대를 사용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노이즈캔슬링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애플 매장에서 에어팟 맥스를 잠깐 써봤는데 어쩐지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아서 노이즈캔슬링 모델을 멀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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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4세대는 오픈형임에도 불구하고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정말 대단했다. 문득 한석규씨가 나왔던 그 옛날 SK 텔레콤 광고가 떠올랐다. "또다른 세상을 만날 때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나만의 고요한 세상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었고, 음악 없이 노이즈캔슬링만 켠 채로 한참을 걸었다. 가끔은 이렇게 산책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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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4세대의 개인 맞춤형 공간음향 기능까지 설정해서 애플뮤직 무손실 음원을 들어봤다. 정말 넓은 공간감이 느껴졌고, 블루투스임에도 해상력이 매우 좋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뭐랄까... 이 나이에도 귀가 예민한 편이라 그런지 AI가 그린 그림 처럼 '불쾌한 골짜기'가 느껴졌다. 마실 땐 좋지만 마시고 나면 혀가 찝찝해지는 펩시 제로 같았다. 오래 듣고 있다 보니 익숙해지긴 했지만, 자꾸 유선이어폰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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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제대로 된 유선이어폰을 하나 사보자는 생각에 0디비와 디시인사이드 헤드폰 갤러리를 뒤졌다. 그러다 Reddit까지 매일 들락날락하게 됐고, 열흘 넘게 고민하다가 마침내 두 개의 유선이어폰을 샀다. 5만원짜리 키위이어스 카덴자와 9만원짜리 심갓 EA500LM. 맥북에 연결해서 들어보니 카덴자는 에어팟보다 훨씬 못했고, EA500LM은 에어팟보다 훨씬 듣는 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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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폰에 3.5mm 단자가 없으니 꼬다리 dac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 세계도 정말 넓고 깊었다.  또다시 0디비, 디시인사이드, Reddit에 잠복하기를 일주일. 이번에는 2만원짜리 심갓 DEW0와 5만원짜리 수월우 Dawn Pro를 샀다. DEW0는 크기가 작아서 쓰기 편했지만 전기 노이즈가 조금 불편했다. 던프로는 작은 크기에 출력과 음질이 꽤 좋았는데 들고 다니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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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프로는 야마하 앰프에 연결하고, DEW0는 Fosi Audio MC331 진공관 앰프에 연결해 사용하기로 했다. 꼬다리 dac과 아이폰 조합은 별로라는 생각에 DAP를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스텔앤컨이나 소니는 너무 비싸서 엄두가 안 났고, 중국산 DAP도 괜찮은 걸로 고르다 보니 예산을 넘어서 포기했다. 안드로이드 중고폰을 DAP 대신 쓰는 게 정답 같아서 장모님이 쓰시던 갤럭시 와이드4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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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갤럭시 와이드4는 효도폰이지 음감용 폰이 아니었다. 예전부터 LG폰 음질이 좋다는 얘기를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G8을 중고로 사기로 했다. 다시 십여일을 중고나라와 이베이에 잠복한 끝에 중고나라에서 양품을 아주 싸게 구입했다. 거실 음감용으로 갤럭시탭을 쓰고 있긴 하지만 안드로이드 폰은 처음이었다. 갤럭시 와이드4는 사운드도 후지고, 느려서 너무 답답했는데 LG G8은 퀄리티가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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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LG G8에 EA500LM을 연결하고 타이달 앱을 켰다. 첫곡은 마일즈 데이비스의 Round Midnight. 이렇게 말하면 정말 과장이라는 걸 알지만, 한 달 이상 집착해서 그런지 소리가 귓구멍을 통해 가슴에 와닿는 것 같았다. 줄리 런던의 My Funny Valentine을 들을 때는 이른바 귀르가즘 비슷한 걸 느낀 것 같기도 하다. 천만원 이상 들어가는 DAP와 이어폰 조합도 있겠지만 내게는 이 조합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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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GS 시절부터 15프로맥스까지 아이폰만 써온 나로서는 LG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에 대해서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너무나 깨끗하게 관리된 G8을 만나 사용해 보고 나니 LG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아쉽다. 계속해서 LG가 사운드에 특화된 폰을 만들었다면 2025년에는 어떤 폰을 출시했을까? 던프로 사운드 정도는 쌈싸먹는 폰을 출시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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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코 오디오파일이 아니다. 하이파이를 지나치게 탐닉한 적도 없고, 스피커도 미니 컴포넌트에 딸린 JVC 우드콘을 20년 가까이 사용해 왔다. 올해 넓은 집으로 이사와서 큰 마음 먹고 Klipsch R-50M을 샀는데, 가성비가 너무 좋아서 정말 기뻤다. 포시오디오의 진공관 앰프 MC331을 사게 된 것도 우드콘 스피커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우드콘 사운드에 길들여졌고, 지금도 그 소리를 가장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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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런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아직 젊어서 경제적 여유가 부족하거나, 나처럼 근검절약을 추구하는 오디오파일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디오파일들이야 내 오디오 시스템을 딱 보면 알겠지만, 나는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도 모 대학 영화과에서 사운드 수업을 고급까지 들었고, 주파수 테스트를 해봐도 아직 20대랑 비빌만한 귀를 가졌으니 나에게 맞는 소리 정도는 찾을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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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디오파일들의 세계를 존중한다. 하지만 오디오파일이 아니라면, 그저 블루투스 이어폰보다는 유선 이어폰을 좋아하는 정도라면, 내 글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LG G8은 정말 음악 듣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쌩쌩하다. 배터리, AS 다 따지면 소니나 아수스 폰 정도가 대안이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러 해외 사이트를 살펴보니 음질면에서는 LG의 쿼드dac 폰들보다 못하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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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에 사용할 꼬다리 dac은 심갓 DEW0나 유그린 신제품 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 하지만 아이폰하고 궁합은 그리 좋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도 둘 중에 하나 고르라면 심갓 DEW0를 추천한다. Fiio 제품도 괜찮다고 하는데 간헐적으로 연결이 끊기는 이슈가 있다고 하니 잘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수월우 던프로는 보급형 야마하 앰프 R-S202를 충분히 잘 울려주었다. 나는 거치형 dac가 필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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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라 여유는 있는데 요즘 다리가 불편해서 제대로 나다니지를 못한다.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하지만 수익 내려고 운영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이 나이가 되니 뭔가 세상에 도움이 될만한 일을 조금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블로그를 하게 됐다 - 고 말하면 너무 꼰대 같을까? 구글 애드센스는 재미로 붙여봤고, 십 년 안에 수익이 발생해서 통장에 몇 달러라도 들어오면 신기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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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도 제대로 처음 해보지만, 이런 정보글은 생전 처음 써본다. 그런데 정말 어렵구나... 한 달에 두 개는 쓰려고 했는데 한 개로 줄여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이 글은 디시인사이드 헤드폰갤에 링크시킬 생각이다. 거기서 제일 많이 도움을 받았고, 나와 비슷한 수렁에 빠진 친구들도 더러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나는 충분하다. 다음엔 볼캡에 관한 얘기를 해볼까^?

P.s 헤드폰갤에서 온 사람들 악플 달지 말기로...해! Peace!!! 

 

©onnasonbeats

 

Simgot EA500LM ©onnasonbeats

 

Simgot Dew0 ©onnasonbeats

 

Moondrop Dawn Pro ©onnasonbeats

 

Galaxytab A7 + Yamaha R-S202 ©onnasonbeats

 

LG G8 ThinQ ©onnasonbeats

 

Fosi Audio MC331 + LG G8 ThinQ ©onnasonbe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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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ipsch R-50M ©onnasonbe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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